Ⅰ. 서 론
정부는 지난 2018년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 봄) 서비스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 돌봄이 필요 한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노숙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원래 살던 곳과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18). 그러나 노인과 신체장애인에 대한 커뮤니티케어의 시범사업 추 진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는 구체적인 체계 및 시행에 있어 상대적으로 미 흡하다(Choi, 2019; Oh, 2019).
정신건강 복지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의 46%가 1년 이상의 장기 입원을 하고 있으며 입원기간 또한 일반 환자에 비해 9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Choi, 2019). 이는 여전히 정신장애인의 작업이 주 변화(occupational marginalization)되고 이들의 삶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의료비용의 부담 또한 높음을 시사한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목표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병원 에 입·퇴원을 반복하는 정신장애인이 그들의 가정과 지 역사회 안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행정기관 및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이 있는 재가 생활자 중 일상생활 영위에 어려 움이 있는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다양한 서비스 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0). 이러한 커뮤니티케어가 성공적으 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케어안심주택과 같은 주거정책도 필요하지만, 전문가에 의한 연계 서비스를 통해 퇴원-연 계-정착의 연속적 돌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Choi, 2019).
작업치료 서비스는 연속적 돌봄에 있어 중요한 윤활유 역할을 하며 정신장애인 개개인이 가정이나 각자에게 의 미 있는 장소에서 안전하고 독립인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 가면서 지역사회에 통합되도록 돕는 전문 서비스이다. 정 신장애인은 보통 집행기능의 저하, 심리ᆞ사회적 고립, 인지기능의 장애, 무의지 및 무기력증과 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 데에 어려움을 보인다(Choi, Kim, Kim, & Lim, 2011; Hutton et al., 1998; Pan, Chung, & Hsin-Hwei, 2003). 또한 이들은 대개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자거나, 쉬거나, 반찬 배달을 기다리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과 같은 매우 제한적인 활동 만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Leufstadius & Eklund, 2008). 이러한 작업박탈(occupational deprivation) 및 작업불균형(occupational imbalance)은 사회통합을 방 해하는 주요한 작업불평등(occupational injustice)이다 (Whiteford & Townsend, 2011). 작업치료는 효율적인 작업수행기술을 훈련시키고, 이에 필요한 신체 및 정신기 능을 치료함으로써 독립적인 일상생활 영위 하도록 한다. 의미 있는 작업참여를 지지하는 환경을 형성함으로써 작업 불평등 문제 또한 해소해줄 수 있다(Eklund, Erlandsson, & Persson, 2003). 정신장애인의 작업참여를 돕기 위한 지역사회기반 작업치료의 치료목표에는 보통 신체활동, 자기관리, 가정환경관리, 지역사회통합활동이 포함된다 (Gibson, D’Amico, Jaffe, & Arbesman, 2011).
작업치료사는 클라이언트의 작업수행을 지지하기 위 해 사람-환경-작업의 다각적 측면에서 중재를 제공한 다(Law et al., 1996). 특히나 재가 방문 서비스에서는 개인의 생활공간 즉, 가정환경에 대해 고려가 필요하고 환경이 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재하기 위해 가정 환경개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정환경개선 서비스는 개 인의 안전과 작업참여 증진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Ainsworth & De Jonge, 2011; Brown, & Stoffel, 2011). 노인 대상의 서비스 경우 일반적으로 가정 내 낙 상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하고 독립적인 일상생활활동 참여가 가능하도록 노인의 신체 및 인지적 기능 수준에 적합한 가정환경수정을 제공한다. 반면 정신장애인을 대 상으로 하는 가정환경개선은 그 목표와 방향성이 약간 다르다. 정신장애인 대상 가정환경개선은 일상생활을 함 에 있어 일과를 유지하며 정신과적 양성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치료적 목적에 기반하여 제공된다(American Occupational Therapy Association, 2012). 비위생적 이고 물건이 어질러져 있거나 비효율적인 동선으로 이뤄 진 가정환경은 정신장애인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수동적 이고 무기력한 하루를 강화시킨다. 이 때 개인의 맥락과 기능수준에 맞춰 생활환경을 향상시키고 조직화함으로 써 환경이 작업의지(volition)를 촉매하고 원활한 작업 수행을 지원하여 건강한 하루 일과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재활(Everyday Life Rehabilitation; ELR) 모델은 지역사회 내 가정 및 공동가정의 삶에서의 재활 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Lindstrom, Hariz, & Bernspang, 2012; Lindstrom, Sjostrom, & Lindberg, 2013). ELR 모델은 클라이언트가 살아가는 실제 환경 속에서 실제 작업을 훈련함으로써 독립적인 삶이 실제적 으로 가능해짐을 강조하며 클라이언트 중심의 작업기반 치료목표를 제시하고, 일상생활 속에서의 훈련을 정의하 고 있다. 또한 ELR 모델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정 착을 도모하기 위한 치료적 프레임으로 제시되기도 하였 다(Lindstrom et al., 2013). 본 연구에서 제공한 작업 치료 서비스 또한 ELR 모델에 근거하여 설계되었다. 정 신장애인이 본인의 가정 내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가정 환경수정을 하였고 아울러 수정된 환경 안에서 일상생활 활동 참여와 습관화를 위한 중재를 제공하였다.
정신장애인의 안전하고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지지하 고 작업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가정환경개선이 포함 된 작업치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정신장애인 대상 가 정환경개선 서비스에 관한 기존 연구는 아직 미비한 실 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 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환경개선 작업치료의 임상적 유용 성을 검증하여 과학적 근거 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대상자
본 연구대상자는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만성기 정 신장애인 6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대상자 모집은 정 신장애인 가족 단체를 통해 공개 설명회를 진행하였고, 그중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대상자를 모집하였다. 대상 자에게 서비스 참여에 대한 서면동의를 받았고, 서비스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사례비와 가정환경개선 물품을 지 급하였다.
2. 연구도구
1) 캐나다작업수행척도(Canadian Occupational Performane Measure; COPM)
캐나다작업수행척도(COPM)는 작업 참여 및 습관화 중재를 통해 대상자의 작업수행도 및 만족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사용하였다. 이 평가는 클라이언트 관점에서 인터뷰를 통해 일상생활활동 수준 을 측정한다(Law et al., 2014). 본인이 주로 수행하는 자조, 생산 활동, 여가 활동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움 이 있는 5가지 활동을 우선순위를 두어 선정한 뒤 각각의 수행도와 만족도를 각각 10점 만점의 점수로 평가한다.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COPM의 검사-재검사간 신뢰도는 .84이다(Pan et al., 2003). 수행도와 만족도 점수는 우선순위로 결정된 활동들의 각 평균값을 구함으 로써 총점을 비교할 수 있다. 평가-재평가 점수 변화가 2점 이상 차이가 있을 때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변화로 간주한다(Carpenter, Baker, & Tyldesley, 2001).
2) 주거환경영향척도(Residential Environment Impact Scale; REIS)
가정환경개선을 제공한 후 개인의 주거환경에의 영향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주거환경영향척도(REIS)를 사 용하였다. 이 평가도구는 대상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거 환경이 대상자의 일상생활 작업의지와 참여에 미치는 영 향을 측정하며(Fisher & Kayhan, 2012), 거주자의 환 경 요인을 사용공간, 사용물체, 사회적 관계, 활동구조로 분류하고 총 20개의 세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항목의 점수는 4점 척도로 채점하며 1점은 환경이 개인 의 작업 정체성과 유능감을 심하게 방해하고 있는 경우 이며, 4점은 환경이 개인의 작업 정체성과 유능감을 매우 긍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경우이다. 평가자가 주거환경 을 관찰하여 평가하며, 평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가량이다.
3. 서비스 전달방식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환경개선 서비스는 총 3회기에 걸쳐 진행되었다. 1회기는 대면 방문 및 비디 오 원격을 혼합하여 진행하였고, 2회기는 대면 방문하여 진행하였으며, 3회기는 전화면담을 통해 원격으로 제공 하였다. 1회기에는 가족 상담사와 작업치료학과 실습생 이 함께 정신장애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전반적 사 정을 하고 초기상담을 진행하였으며, 동시에 작업치료사 와 줌(Zoom)을 통해 원격으로 가정환경수정에 대한 욕 구 파악 및 일상생활활동 전반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였 다. 2회기는 작업치료사와 작업치료학과 실습생이 대상 자의 가정을 방문하였고, COPM과 REIS 평가를 진행하 고 그 결과에 따라 현장에서 즉각적인 중재 서비스를 제 공하였다. 가정환경개선 물품은 1회기 원격상담을 통해 파악한 가정환경 내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구매하여 방 문하였다. 3회기는 작업치료사가 전화를 이용하여 유선 으로 사후평가를 진행함과 동시에 가정환경개선 후 대상 자의 생활 변화에 관한 전반적인 상담을 추가로 제공하 였다. 회기별 서비스 전달방식 및 제공 내용은 다음과 같 다(Table 1).
4. 중재 프로토콜
기존 문헌의 고찰을 통해 정신장애인에게 필요한 가 정환경개선 목표를 총 6가지로 분류하였다(Harrison, Angarola, Forsyth, & Irvine, 2016; Rebeiro, 2001). 가정환경개선을 통해 얻고자 하는 6가지는 일상생활의 일과 유지(일상화), 공간사용의 효율성, 가정 내 안전사 고 예방, 심리적 안정감, 감각자극의 안정감, 작업참여 독 려이다(Table 2). COPM에서 파악된 일상생활활동 중 개인별로 활동을 제한시키는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위 6가지 치료적 목표를 매칭하여 중재를 제공하였다.
5. 분석방법
서비스 제공의 전후 효과 차이를 통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하여 SPSS 20.0을 사용하였고, 통계적 유의 수준은 .05로 정하였다. 대상들의 프로그램 전후 작업수행도의 변화와 만족도 결과 분석은 평균값을 사용하였고, 주거 환경영향 변화의 평균값 비교는 윌콕슨 부호 순위검정 (Wilcoxon Signed Rank Test)을 사용하였다(Nahm, 2016).
Ⅲ. 연구 결과
1. 대상자 일반적 정보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 6명의 일반적 특성은 Table 3과 같다. 30대 1명, 40대 2명, 50대 1명, 60대 2명이었 으며, 남자와 여자가 각각 3명이었다. 진단은 조현병 4 명, 양극성 장애 1명, 공황장애 1명이었으며, 발병기간은 5년에서 48년까지로 다양하였다. 주거 형태는 아파트가 4명, 다세대 주택(원룸)이 2명이었으며, 1명을 제외하고 동거가족이 없는 상태였다.
2. 서비스 결과 요약
본 연구의 정신장애인을 위한 가정환경개선 서비스는 각 대상자의 생활 및 주거 환경에 따라 6가지 항목 중 중재가 필요한 영역에 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Table 4).
대상자 1의 가정환경개선 사항으로는 수납박스에 복 용 약 종류별 정리, 수납함을 마련하여 바닥에 여기저기 놓여 있던 물건 정리, 가족사진을 넣을 수 있는 액자를 제공하여 잘 보이는 곳에 액자를 전시함으로써 가족과의 추억 회상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또한 베란다 의 깨진 유리창을 보수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위험 도를 낮추도록 해주었다.
대상자 2의 가정환경개선 사항으로는 침대 주변에 흩 어져 있는 물건을 수납함에 정리, 출입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물건 정리, 긴 샤워호스로 교체하기, 화장실 및 싱크 대 바닥에 미끄럼방지 매트 설치, 낙상 방지를 위한 이동 훈련을 시행하였다.
대상자 3의 가정환경개선 사항으로는 약통을 제공하 여 날짜와 시간대별 복용 약 정리, 화이트보드를 제공하 여 하루일과를 적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하는 훈련하기,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방지 스프레이 및 미끄럼방지 매트 설치, 당뇨식 간편 조리법 제공을 통한 규칙적인 식사 교 육을 시행하였다.
대상자 4의 가정환경개선 사항으로는 수납함에 복용 약 정리, 약 달력 제공, 출입문 앞에 재활용 분리수거를 정리하는 습관 형성하기. 반조리 음식 배달 업체 정보 제 공을 통해 식사를 거르지 않아 영양 상태를 유지하도록 작업 참여를 촉진하였다.
대상자 5의 가정환경개선 사항으로는 약 달력 제공, 책상 주변 물건 정리, 부엌 공간 재정비, 화장실 바닥 물 기 닦는 스퀴즈 제공, 박스로 창문을 가려둔 부분은 블라 인드 설치를 통해 채광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상자 6의 가정환경개선 사항으로는 생활공간 확보 를 위해 물건 정리 및 재배치로 공간 재정비, 수납함에 유사 물품의 분류 및 정리정돈, 화장실 및 싱크대 공간 재정비가 이루어졌다.
3. 작업수행의 변화
본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들의 가정환경개선 서비스 전 과 후의 COPM 수행도와 만족도는 Table 5에 제시하였 다. 모든 대상자들의 수행도와 만족도 점수가 가정환경 개선 전 점수에 비하여 사후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으 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인 2점 이상의 점수 차이 를 보인 것은 대상자 4와 대상자 6의 수행도와 만족도 점수였다.
4. 주거환경 영향인자의 변화
본 연구 결과 주거환경 영향인자의 전체 점수는 가정 환경개선 서비스 전 및 사후 점수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 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 중 일상생활 공간, 일상 사용물건, 활동의 구조는 영향인자 중재 전후 에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 회적 관계개선에서는 중재 전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 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6).
Ⅳ. 고 찰
본 연구는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만성 정신장애인 에게 정신과적 증상관리와 원활한 일상생활활동을 지지 하기 위한 가정환경개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임상적 유용성 및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가정방문 작업치 료는 익숙한 가정환경 내에서 과제를 반복적으로 연습하 고 습관화(habituation) 시킴으로써 클라이언트가 자신 감을 가지고 능동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준다(Graff 2009; Yoon, Lee, Jeong, Park, & Park, 2016). 본 연 구에서 시행한 가정환경개선 작업치료는 일상생활의 일 과 유지, 작업공간의 효율성, 가정 내 안전사고 예방, 심 리적 안정감, 감각자극의 안정감, 작업참여의 독려 등 6 가지 목표로 구성하여 대상자의 생활 및 주거 형태에 맞 게 개별 맞춤형으로 제공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자 진단명으로는 조현병이 가장 많았으 며, 대부분 양성증상은 거의 없으나 대인관계로부터 오 는 스트레스로 인해 대인기피 또는 무기력증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인지기능의 저하로 인해 주변 환경 을 체계적으로 정돈하지 못하고 공간 구조화의 오류를 범하면서 작업수행의 저하를 보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 면 일상생활수행의 효율성은 기억력과 실행기능이 밀접 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하였다(Lipskaya, Jarus, & Kotler, 2011). 본 연구에서 조현병 대상자의 경우 대부 분이 낙상이나 안전사고의 경험은 없었으나, 그들의 실 제 가정환경은 전선과 박스 등이 정돈되지 않고 아무렇 게나 널브러져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조울증 과 공황장애가 있는 대상자 경우에도 집안 바닥에 이동 을 방해하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고 적절한 수 납 없이 물건들을 바닥에 쌓아두고 있었다.
작업치료사는 구조 변경이나, 보조 도구 장치, 활동 수 정과 같은 중재를 제공하여 위험한 환경적 요인을 감소 시킬 수 있다(Agree & Freedman, 2000). 적절한 환 경수정은 기능적인 수행을 향상시키고 낙상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Stark, Keglovits, Arbesman, & Lieberman, 2017). 본 연구에서 실시한 가정환경개선 또한 위험한 물건들을 정돈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 을 포함하였다. 이와 더불어, 수납함을 사용해 물품을 정 리하고 용도별로 분류함으로써 물건의 논리적 재배치를 실시하였다. 또한 공간 구조화를 통해 적절한 작업수행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작업수행과 더 많은 작업참여의 기회를 촉진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중재에 대한 사후 조사에서 대상자들은 공간이 정리됨으로써 자 신의 생각도 정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보고 하였다. 가구 배치를 자신의 필요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집안을 보다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같은 용도의 물건끼리 분류한 후 이름표를 붙여둠으로써 물건을 찾고 사용하는 것이 편리해져서 필요한 물품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활동에 대해서 방법,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 점이 많은 도움이 되 었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 제공한 가정환경개선 중재가 실제적 으로 대상자들의 작업수행 향상시켰고, 뿐만 아니라 심 리적 안정과 긍정적 작업경험에도 기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 뤄진 작업치료에 대한 선행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 고된 바 있는데, Jo와 Kim(2018)의 연구에서는 가정환 경수정 및 보조도구 제공 후 일상생활활동 수행에 어려 움이 감소하였고 독립성의 증가함을 보였다. Kim(2012) 의 연구에서는 치매노인에게 방문 작업치료를 제공한 결 과 일상생활활동과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사회 작업치료에 있어 중요한 접근 중의 하나는 시간사용 중재이다. 주어진 시간을 잘 조직화하기 위해 시간사용 패턴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습관화시킴으로 써 최소한의 정신적 에너지로 건강한 일상이 유지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인은 건강한 사람에 비하여 수면과 휴식에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inato & Zemke, 2004). 본 연구의 대상자들 또한 모두 규칙적인 하루 일과가 없이 주로 안 방 또는 침실에서만 생활하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소 모하고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하루 일과를 기록 하기 위한 메모판을 제공하여 오늘 할 일 및 앞으로 일정 등을 작성하도록 교육하였다. 또한 매일 정해진 대로 복 용하는 것이 중요한 정신과 약물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약 달력 또는 약통 등을 제공하였다. 지역사회 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이 건강한 삶을 구축하고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일상적인 작업에 참여하도 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장애인의 일정하고 의미 있는 시간사용이 건강, 개인의 경험, 작업참여 등과 어떤 관련 성이 있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조현병 환자가 지닌 감각조절의 문제는 그들의 일상생 활활동 수행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Lipskaya- Velikovsky, Bar-Shalita, & Bart, 2015). 본 연구의 대상자 중에는 창문을 가리기 위해 박스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창문의 유리가 깨진 채로 방치되어 수면에 방해 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가정 내 채광, 조도, 환기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여러 비위생적 환경문제 를 유발하는 요인이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창문을 가 린 박스는 블라인드로 대체해주었고, 깨진 유리창의 경 우는 관리사무실에 문의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저렴한 가 격으로 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직접적인 시설물 설치가 어려운 경우는 이처럼 사용 가능한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앞으로 발생 가능한 환경문제에 대 한 대응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 아울러 추가 중재로 개인 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액자로 설치해주었는데, 이는 애 장품이나 사진 등의 전시를 통해 장소성(placeness)과 공간에서의 심리적 안정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재였다. 실제로 일부 대상자들에게서 공간의 개인화와 공간적 안 정감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 가정환경개선 중재 이후 모든 대상자의 작업수행 수행도와 만족도 점수가 향상됨을 확인하였다. 특히 대상자 4와 대상자 6의 작업수행에 있어서 임상적 으로 유의미한 향상이 있었다. 대상자 4의 경우 청소하 기, 음식 준비하기 등이 우선순위로 선정된 작업에 포함 되었으며, 대상자 6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샤워, 세수하 기, 청소 등과 같은 작업이 우선순위로 선정되었다. 이러 한 작업들은 가정환경개선을 통해서 직접적인 개선사항 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대상자들에 비하여 더욱 효과적이 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가정환경개선 서비스는 중재 이후 수정된 생활양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이 포함된다(Ainsworth & De Jonge, 2011). 본 연구에서는 청소와 식사관리에 대 한 중재 이후 재평가를 통하여 변화된 환경에 대한 모니 터링이 이루어졌으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일반 노인 대상의 가정 내 공간사용에 대한 선행연구에서는 화장실/욕실을 가장 불편한 공간으로 꼽았으며, 화장실/욕실의 바닥 미 끄러움이 가장 불편한 요소로 보고된 바 있다(Kim, Chang, Kim, & Kang, 2006). 본 연구의 대상자 절반 이상이 화장실/욕실에서의 작업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아, 쟁점사항은 다를지라도 화장실/욕실이 정 신장애인에게도 매우 주요한 작업공간임에는 분명해 보 인다. 이에 대한 환경수정을 제공하였던 것이 높은 서비 스 만족도에 반영된 것으로 사료되며, 이러한 점에서 화 장실/욕실 공간은 연령이나 장애와 상관없이 가정환경개 선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 가정환경개선은 주거환경 영향인자에 긍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세부항목에 대 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상생활 공간의 경우 안전 및 위험에 관한 요소에 대한 중재, 개인의 일상에 맞춘 공간 의 구성, 사생활이 보장되는 안정된 공간 구성을 통해 중 재의 효과를 확인하였다. 일상의 물건은 이용 접근성이 높게 배치하고 저장 공간을 마련하거나 정리해 주었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제거함으로써 중재 효과를 확인하였 다. 또한 대상자들은 중재 전과 비교하여 활동에 대한 적 응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옷을 쌓아 두었던 책상을 정리하여 책상 사용이 가능해짐으로써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가 가능해졌고, 약 달력을 통해 주요한 작업 의 일상화가 강화되었으며, 화장실 내 과제에 있어 소요 되는 시간이 감소한 점 등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이 미쳤 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지역사회 거주 장애인에 대한 가정방문 치료가 대상자의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 증진에 효과가 있었다는 선행연구(Kim & Kim, 2020) 의 근거를 뒷받침해준다.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제공된 가정환경개선 서비스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특히 해당 중재 서비스가 본인들의 일상생활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 보고하였으며, 향후 이와 같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서비스를 지속하고 싶은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가정환경 내의 위험요소가 제거되었는지에 대 해서는 다소 불만을 나타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 로 분석된다. 첫째는 욕조를 제거하거나 고장 난 전등을 고치는 것과 같은 환경 공사의 요구가 있었으나 개선의 규모가 연구의 범위를 벗어났기에 이를 제공해 줄 수 없 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끄럼방지 매트가 설치 된 후 대 상자가 더 큰 사이즈로 교체를 원했으나 본 서비스에서 는 후속방문에 제한이 있어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상자들의 이러한 불만사항과, 그럼 에도 불구하고 표명되는 서비스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지속의사는 모두 중재 기간과 횟수와 연관이 있다. 또한 사전에 대상자에게 서비스의 범주와 제한점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설명함으로써 대상자의 충분한 이해와 함께 서 비스가 진행 될 필요가 있음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가정 환경수정을 포함한 가정 방문 작업치료를 설계할 때 적 절한 서비스의 기간과 회기에 대한 숙려가 필요하며, 충 분한 기간을 계획하는 것이 보다 유익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정신장애인 대상 가정환경개선 서비스가 작 업수행, 주거환경 영향인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정신장애인 대상 가정환경개선에 관한 국내의 부족한 임상적 시도와 연구를 보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존의 전통적 가정환경개선 중재 가 안전에 집중한 반면, 본 연구에서 사용한 가정환경개 선은 시간사용 중재 및 공간의 체계적 구조화를 통한 정 신증상의 관리의 측면을 더하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적은 수의 대상자로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반화에 제한이 있고, 짧은 중재 회기 또한 아쉬운 부분 이다. 향후 보완 된 연구를 통해 가정환경개선 작업치료 중재가 정신장애인의 증상관리, 작업수행, 지역사회 참 여, 삶의 질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많은 근거가 구축 될 필요가 있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증상관 리, 원활한 일상생활활동 수행, 작업참여의 확대를 지지 하기 위해 제공한 가정환경개선 서비스의 임상적 유용성 및 효과를 확인하였다. 대면방문과 원격상담을 병행한 혼합 전달모형의 가정환경개선 중재는 정신장애인의 일 상생활활동 수행도 및 만족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아울러 정신장애인들의 작업수행을 방해하는 주거환경 영향인자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제공된 서비스에 대체적으 로 만족하고 향후 서비스 지속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정신장애인이 급성기 입원과 퇴원 후 지역사회 내 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일상생활 환경 을 조직화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후 정신장애 인을 위한 가정환경개선 서비스와 관련 연구 활동이 보 다 활발히 시도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장애인이 가정 과 지역사회 내에서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며 작업적 정의가 실현되는 정신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