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란 부정적인 사건 또는 뜻 밖의 변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함으로써 원래 의 기능과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이다(Hadley et al., 2017). 이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기능 적 단위에 따라 개인의 심리적 회복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 가족 회복탄력성(family resilience) 또는 공동체 회복탄력성(community resilience)으로 구분할 수 있다(Magis, 2010; Meredith et al., 2011; Walsh, 2016). 심리적 회복탄력성은 개인이 삶에서 경험하는 역경이나 스트레스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Smith & Hanni, 2019). 심리적 회복탄력성의 형성에 관해서는, 타고난 성격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생애 전반의 삶의 과정에서 경험을 통해 발달한다는 입 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Taylor & Carr, 2021). 경험을 통해 회복탄력성이 발달한다는 관점에서는, 노년기에도 회복탄력성의 수준은 변화가능한 인자로 간주된다 (Smith & Hanni, 2019). 노년기의 높은 수준의 회복탄 력성은 높은 수준의 건강, 높은 수준의 삶의 질, 낮은 수 준의 우울, 낮은 수준의 고독 등 노년기의 신체적, 정서 적, 사회적 건강과의 관계가 보고되었으며, 성공적 노화 의 예측인자로서 노년기 건강의 보호를 위해 중요한 심 리적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Rowe & Kahn, 1997).
자서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이란 삶에 서 경험한 개인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며, 사건을 경 험한 구체적인 시간, 공간에 대한 정보와 정서적인 경 험으로 구성된다(Butters & Cermak, 1986; Rubin, 2005).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functional use of autobiographical memory)은 개인의 일상에서 자서전 적 기억이 어떤 목적으로 활용 되느냐에 따라 세 가지 기능으로 구분한다(Bluck & Alea, 2011; Harris, Rasmussen, & Berntsen, 2014). 자서전적 기억의 기 능적 사용은 개인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설명하거나, 개인의 적응 능력을 높이는 결과와 연결될 수 있다는 측 면에서 회복탄력성의 특징인 고난이나 변화에도 불구하 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 자신이 속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Sow, Dijkstra, & Janssen, 2022). 예컨대, 첫째, 자신에 대한 감각(sense of self)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사건 을 떠올려보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는 자기 연속성 (self-continuity) 기능은 부정적 사건이나 외부의 변화 에도 불구하고 자기 개념을 유지하게 돕는다(Bluck & Alea, 2011; Sow et al., 2022). 둘째,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자서전적 기 억을 회상하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는 사회적 유대(social bonding) 기능은 적대감을 낮추고 추후에 상대방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하여 사회에서의 적응을 돕 는다(Bluck & Alea, 2011; Sow et al., 2022). 셋째, 현재 당면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서전 적 기억을 회상하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는 행동 지도 (directing behavior) 기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 재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의사결정 및 미래의 계획 에 영향을 준다(Bluck & Alea, 2011; Kuwabara & Pillemer, 2010; Sow et al., 2022).
노인의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은 젊은 성인에 비해 그 빈도가 낮다는 특징이 있다(Alea, Bluck, & Ali, 2015; Park, Lee, & Kim, 2021; Vranić, Jelić, & Tonković, 2018). 젊은 성인에 비해 낮은 노인의 자서 전적 기억 기능은, 젊은 성인에 비해 단조로운 노인의 일 상에는 회상을 유발할 만한 트리거 자체가 적기 때문이 라는 해석이 있으며, 정서조절 능력이 높아짐에 따라 일 상에서 주어지는 외부 자극에 의한 과거 회상 역치가 높 아져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Boals, Hayslip, & Banks, 2014).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은 어떤 맥 락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긍정효과와 부정효과가 모두 있을수 있다. 예컨대, 젊은 성인의 자기 연속성 기능 수준 은 주관적 웰빙과도 상관관계가 보고되었으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자기 연속성 기능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Grace, Dewhurst, & Anderson, 2016). 노인의 사회적 유대 기능 수준은 주관적 건강과 부적 상관관계가 보고된 반면, 독거노인의 자서전적 기 억 기능은 웰빙과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Kim, An, Shin, & Park, 2022; Park et al., 2021). 이렇듯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의 높고 낮음에 대 한 건강과의 관련성은 긍정 또는 부정 방향성에 있어 엇 갈리는 결과들이 존재하기에 노인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에 따른 건강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건 강관련 인자와 자서전적 기억 기능 간의 관계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자서전적 기억을 떠올려보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는 빈도와 회복탄력성 간의 관계를 분 석하는 것은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노인의 건강 보호 인 자의 관계를 탐색하는 기회가 된다.
자서전적 기억은 회상과 개념적으로 유사한 특성을 가 진다(Harris et al., 2014). 노인에게 적용한 회상치료는 정서와 사회적 건강 측면에서 유익이 있음이 알려졌다 (Pinquart & Forstmeier, 2012; Yen & Lin, 2018). 자서전적 기억을 포함한 과거에 대한 회상은 인지적 자극 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지건강을 보호하는 유익이 있다 (Justo‐Henriques, Pérez‐Sáez, & Alves Apóstolo, 2021). 작업치료 분야에서 회상치료는 주로 인지저하 노 인을 대상으로 집단치료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단서를 활용하여 기억의 인출을 유도하고, 이를 집단치료 내에서 공유하는 방식이다(Kwon & Kim, 2019; Park, 2018). 회상치료에서 인출되는 기억은 주로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이며, 이는 동시대 사람들이 공유하는 기억, 혹 은 정보에 해당하는 기억이다. 자서전적 기억은 일화기억 (episodic memory)으로 일정한 기억의 구성요소(예: 장 소, 시간, 당시에 느낀 정서 등)를 가지기에 구체적인 단서 나 큐를 제시하여 구체적인 기억의 유도나 자극이 용이하 다는 특징이 있다. 우울이나 인지저하의 예측인자인 자서 전적 기억의 과일반화(overgeneralization) 또는 구체성 의 감소 양상이 감지되는 경우, 우울이나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조기 개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하는 스토리텔링 과정을 통하여 자신 의 삶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노인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Mager, 2019). 또한, 자신의 일화기억을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은 의미기억을 공유하 는 것보다 관계의 친밀도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어 집단치 료에 적용할 만한 유인을 갖고 있다(Beike, Brandon, & Cole, 2016). 그러나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활용을 치 료에 접목한 방식은 인생 회고록 쓰기, 일기쓰기 등 글쓰 기 방식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치료적 활용 근거 또한 제 한적이다(Ji, Han, & Park, 2011; Kim & Yang, 2019).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회상 기능의 관계를 검증함으로써 두 구성개념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자서전적 기억 기능의 치료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가지 근거 가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자서전적 기억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인 우울증과 인지저하가 없는 노인을 대 상으로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을 측정하고, 그들의 자 서전적 기억 기능과 개념적 유사성을 갖는 회상기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또한, 노인에게 인지, 신체, 정신적 건강의 보호인자로 알려진 회복탄력성과 자서전 적 기억 기능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가설 은 다음과 같다.
Ⅱ.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연구심의윤리위원 회에서에서 승인을 받고 실행되었다(1041849-20211 2-SB-215-03). 해당 기관으로부터 승인받은 연구대 상자 설명문 및 동의서를 이용하여 연구 대상자가 설문 에 참여하기 전에 연구목적과 방법을 설명하고 참여자 본인으로부터 연구 참여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았다.
1. 연구대상자 포함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만 60세 이상인 자
2) 지역사회 거주자(요양원 등과 같은 단체 시설거주 자 제외)
3) 설문 실시일 기준 원주 및 원주 근교, 그리고 강릉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자
4) Cognitive Impairment Screening Test(CIST) 를 이용한 치매선별검사점수가 연령, 교육 연수를 고려한 기준점수 상 정상인지 범위 내에 있는 자
5) 한국판 Patient Health Questionnaire(PHQ)-9 평 가에서 4점 이하(0-4점)로 우울증 의심이 없는 자
6) 연구목적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 의한 자
7) 설문에 응답하는 동안 보호자의 동행이나 지도가 없이 심리적, 신체적으로 독립적인 설문 참여가 가 능한 자
본 연구는 단일집단 횡단설계 설문조사 연구로, 목적 표본추출과 눈덩이표본추출 방법으로 대상자를 모집했 다. 원주 치매 안심센터 이용자 중에서 참여 희망자, 자료 수집에 참여한 조사원의 지인 중 위 포함기준을 만족하 는 지역사회 거주노인 중 참여 희망자가 연구에 참여하 였다.
2. 변수 측정
1) 독립 변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평가하기위해 한국형 자서전 적 기억 기능 평가 척도(Korean Version of Thinking About Life Experiences; TALE-K)를 사용하였다 (Bluck & Alea, 2011; Park et al., 2021). 자서전적 기억 기능 평가 척도는 Bluck과 Alea(2011)에 의해 개 발되었으며, 3개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자기 연속성, 사 회적 유대, 행동지도)별 5문항과 특정 목적과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자서전적 기억을 떠올리거나 자서 전적 기억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빈도를 묻는 2문항 을 포함하여 총 17문항으로 개발되었다. 5점 리커트 척 도(1-5점)를 사용하며, 일반적인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을 묻는 2항목을 제외한 15개 문항의 평균을 자서전 적 기억 기능 총점으로 사용한다. 자서전적 기억 기능 별 로 5개 문항의 평균을 각각 자기 연속성 기능, 사회적 유 대 기능, 행동지도 기능 점수로 사용한다. 하위 영역 및 총점의 범위는 1-5점이고, 점수가 높을 수록 높은 수 준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나타낸다. 15개 문항의 Cronbach’s α는 0.94, 3개 하위 영역별 Cronbach’s α 는 0.83(자기 연속성), 0.84(사회적 유대), 0.84(행동 지도)였다(Park et al., 2021).
2) 회상 기능
회상기능은 상관관계분석(연구가설 2)에서 종속변수 로 사용되었다. 회상기능을 평가하기 위하여 노인 회상 기능 척도(Reminiscence Functions Scale for the Elderly; RFS-E)를 사용하였다(Hong, 2000). 본 도구 는 9개 요인(무료함 감소, 자아탐색, 전수, 회한, 대화, 부재자 갈망, 회피, 죽음대비, 문제해결), 총 27문항으로 구성되어있다. 4점 리커트 척도(1-4점)를 사용하며, 각 항목의 합산 통해 각 요인 및 총 점수를 산출 한다. 점수 의 범위는 총점의 경우 27-108점, 각 요인은 3-12점이 며, 점수가 높을수록 높은 수준의 회상 기능을 의미한다. 전체 문항의 Cronbach’s α는 0.87이고, 각 요인별 Cronbach’s α는 0.58-0.83이다. 본 연구에서는 자서 전적 기억 기능의 하위 영역과 개념상 가장 유사한 특성 을 가진 요인들(자아탐색, 대화, 문제해결)을 선정하여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3) 회복탄력성
회복 탄력성은 위계적 회귀분석(연구가설 3)에서 종 속변수로 사용되었다. 대상자의 회복탄력성을 측정하기 위해 한국형 코너-데이비드슨 탄력성 척도를 사용하였 다(Connor & Davidson, 2003; Jung, Nam, & You, 2016). 본 척도는 25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자기보고식 질문지이고, 2010년에 한국형으로 번역 및 개발되었다 (Baek et al., 2010; Connor & Davidson, 2003). 5점 리커트 척도(0-4점)를 사용하며, 각 항목의 점수를 합 산하여 총점을 산출한다. 총점은 0-100점 사이이며, 총점이 높을수록 높은 회복탄력성을 의미한다. 한국 형 코너-데이비드슨 탄력성 척도의 Cronbach’s α는 0.92-0.95였다(Baek et al., 2010; Jung et al., 2016; Jung et al., 2012).
4) 통제 변수: 사회인구학적 특성, 건강 특성
자서전적 기억 기능 및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인 자로 알려진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건강 특성들을 파악하 였다. 사회인구학적 특성으로는 나이, 성별(남성, 여성), 교육 년수, 동거 가족 수,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매우 낮은편이다, 대체로 낮은 편이다, 보통이다, 대체로 높은 편이다, 매우 높은 편이다)가 있었다. 건강 특성으로는 주관적 건강, 주관적 기억력, 사회적 건강, 우울, 장애의 유무가 있었다. 주관적 건강과 주관적 기억력은 5점 리커 트 척도를 사용하였고, 응답은 ‘1 = 매우 건강하지 않은 편이다 / 내 기억력은 매우 나쁜 편이다, 2 = 건강하지 않은 편이다 / 내 기억력은 나쁜 편이다, 3 = 보통이다, 4 = 건강한 편이다/내 기억력은 좋은 편이다, 5 = 매우 건강한 편이다 / 내 기억력은 매우 좋은 편이다’ 였다. 사 회적 건강은 4문항(“가족 관계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친인척 관계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친구 관계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이웃 관계에 대해 만족하십니까?”)으 로 측정하였고, 응답은 5점 리커트 척도(1 = 매우 불만 족, 2 = 불만족, 3 = 보통, 4 = 만족, 5 = 매우 만족)를 사용하였다. 분석을 위해 각 질문에 대한 응답 점수의 평 균을 사용하였다. 장애의 유무는 장애 등급 유무(1 = 없 음, 2 = 있음)로 조사하였다.
5) 대상자 선별을 위해 적용된 도구
(1) 인지선별검사(Cognitive Impairment Screening Test; CIST)
인지저하가 없는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본 연구에 적용된 CIST는 국내에서 개발한 인지선별검사 도구로, 지남력, 기억력, 주의력, 언어기능, 시공간 기능, 집행 기 능을 포함하는 13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점은 0-30 점 사이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높은 인지 수준을 의미한 다. 학력과 연령에 따라 선별 규준 점수가 다르며, 대상 자의 학력과 연령에 해당하는 규준 점수 이상은 정상으 로, 이하는 인지저하로 판단하여 진단검사를 의뢰한다 (National Institute of Dementia, 2021)
(2) 한글판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PHQ-9)
우울증이 없는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본 연구에 적 용된 PHQ-9은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최근 2주간 자신 이 느꼈던 감정에대해 묻는 9문항으로 이루어져있다. 4 점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며(0 = 없음, 1 = 2, 3일 이상, 2 = 7일 이상, 3 = 거의 매일), 각 문항의 응답을 합산하 여 0-27점 사이의 총점을 산출한다. 결과는 우울 없음 (0-4점), 경도 우울(5-9점), 중등도의 우울(10-19 점), 고도 우울(20-27점)로 분류한다. 한글판 PHQ-9 의 Cronbach’ s α는 0.81-0.86이고, 검사 재검사 신뢰 도는 0.79-0.89였다(Han et al., 2008; Park, Choi, Choi, Kim, & Hong, 2010).
3. 자료분석
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건강 특성 분석은 기술 통계와 빈도분석을 사용하였다. 연령이 높아짐에 따른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의 변화를 검증하기 위해 단순 선형회귀분석을 사용하였다.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회상 기능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피어슨 상관관계 분석 을 사용하였다.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회복탄력성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을 적용하였다. 위계적 회귀분석에서 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모 델 1에, 건강 특성을 모델 2에 투입하였고, 자서전적 기 억 기능 점수를 모델 3에 투입하였다. 모든 분석에서는 SPSS 26(IBM Corp., 2019)이 사용되었으며, 통계적 유의수준은 0.05로 설정하였다.
Ⅲ. 결 과
1. 연구대상
원주와 원주 근교 및 강릉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128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진단받은 장애(예: 시각 6급, 지체 4급)가 있더라도 포함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설문조사 참여를 제한하지 않았다. 결측치가 많아 분석 에 사용하지 못한 7부를 제외한 121명의 자료를 최종 분석에 사용하였다. 121명의 평균 연령은 73.14세 (Standard Deviation; SD = 7.59)였고, 여성의 비율은 53.72%였다(Table 1, Appendix 1).
참여자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의 평균은 1.99(SD = 0.72)로, 일상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거나 자신의 과거 경험에 관해 타인과 대화하는 빈도는 “아주 가끔” 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기능별 점수는 지도 기 능(Mean; M = 2.04, SD = 0.77), 사회 기능(M = 2.01, SD = 0.78), 자기 기능(M = 1.92, SD = 0.79) 순으로 높았다.
2. 연구가설 검증
첫번째 연구가설은 기각되었다. 자서전적 기억 기능의 총점, 하위 3개 영역 점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저하 경향을 보이지만,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종속변인별 비표준화 베타 결과치는 총점에서 B = -0.01(p = .32), 자기기능에서 B = -0.01(p = .53), 사회기능에서 B = -0.01(p = .23), 지도기능에서 B = -0.01(p = .35)을 나타냈다.
두번째 연구가설은 지지되었다. 자서전적 기억 기능 총점과 노인 회상기능척도 총점의 피어슨상관관계 분석 결과 r = .80(p < .001)를 나타냈다. 개념적으로 유사한 하위 기능 간의 상관은 자기기능과 자아탐색 기능에서 r = .72(p < .001), 사회기능과 대화 기능에서 r = .62(p < .001), 지도기능과 문재해결기능에서 r = .71(p < .001) 였다(Table 2).
세번째 연구가설은 지지되었다. 성별, 나이, 교육연수, 동거가족 수, 사회경제적 지위, 주관적 건강, 우울, 인지 건강, 사회적 건강, 장애여부를 통제하고도 자서전적 기 억 기능은 회복탄력성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적 상관관계(β = 0.229, p < .05) 를 나타냈다.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투입한 모델 3의 설명력은 모델 2의 설명력 과 비교할 때 4.2% 증가하였다(Table 3).
Ⅳ. 고 찰
본 연구에서는,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의 수준을 측정하고, 회상기능 및 회복탄력성과 자 서전적 기억 기능 간의 관계를 각각 분석하였다. 우울증 과 인지저하가 없는 지역사회거주 노인 참여자들은 일상 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거나,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빈도가 “아주 가끔” 수준으로 낮 았고 그들의 자사전적 기억 기능 수준은 회상기능 및 회 복탄력성과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본 연구는 자서 전적 기억 기능과 회상기능 및 회복탄력성 간의 상관관 계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건강 증 진 목적 매체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는 점 에서 의미 있다.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 빈도는 문화권 내에 존 재하는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개인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Liao, Bluck, Alea, & Cheng, 2016). 본 연구에서 참여자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묻는 15문항의 평균값은 타 문화권의 노인 과 비교할 때에, 미국, 크로아티아, 트리니다드 토바고 노 인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Bluck & Alea, 2011; Vranić et al., 2018). 이는 젊은 성인기에 드러나는 동 서양 문화권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의 차이가 노년 기에도 유지되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어머니 들과 일본의 대학생은 미국의 어머니들 또는 대학생과 비교할 때 일상생활에서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 빈도가 낮다고 보고되었다(Kulkofsky, Wang, & Hou, 2010; Maki, Kawasaki, Demiray, & Janssen, 2015).
본 연구 대상자들(평균연령 = 73.14세, 여성비율 = 53.72%)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15문항의 평균 점수 (1.99점, SD = 0.72)는 평균연령 63.92세(여성비율 = 47.3%)의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평 균 점수(2.02점, SD = 0.65) 보다 낮았다(Kim et al., 2022). 두 연구집단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의 차이 는 연령의 증가에 따라 감소하는 자서전적 기억 기능의 특징으로 설명 가능하다(Bluck & Alea, 2011; Park et al., 2021; Vranić et al., 2018). 다만, 본 연구 샘플 내 에서는 연령에 따른 자서전적 기억 기능 감소 경향은 확 인되었으나 부적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 아니었다. 한편, 본 연구 대상자들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수준은 평균연령 78.08세(여성비율 = 81.3%)의 국내 독거 노인의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연 령효과와 반대되는 결과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남성과 여 성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 차이에 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Park et al., 2021). 여성은 남성보다 일상에서 자 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 으며, 이러한 경향은 세 가지 기능(자기 연속성 기능, 사 회적 유대 기능, 행동 지도 기능) 모두에서 확인되었다 (Bluck & Alea, 2011; Vranić et al., 2018). 다시 말해, 선행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남성 응답자의 비율이 자서전적 기억 기능의 평균값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Park et al., 2021). 한편, 세가지 하위 기능 중, 지도 기능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은 본 연구 및 다른 국내 노인 대상 선행연구 에서도 동일했다(Kim et al., 2022; Park et al., 2021). 이는 노인이 일상에서 자서전적 기억을 기능적으로 사용함에 있어 지도 목적의 사용이 가장 빈번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자서전적 기억 기능 중, 자기 연속성 기능, 사회적 유대 기능, 행동 지도 기능은 각각 개념적으로 유 사한 회상 기능의 하위 분류인 자아 기능, 대화 기능, 문제 해결 기능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는 덴마크 성인을 대상으로 TALE과 회상기 능 척도(Reminiscence Function Scale; RFS)를 적용한 선행연구에서 개념적으로 매칭되는 자서전적 기억 기능 과 회상기능 간에 유의한 상관관계를 얻은 것과 동일한 결과이다(Bluck & Alea, 2011; Harris et al., 2014; Webster, 1993). 이러한 구성개념의 유사성은 회상 활 동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심리 건강상의 유익이 자서전적 기억의 기능적 사용 빈도를 높이는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지한다.
본 연구에서 회복탄력성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낸 변수는 연령, 사회적 건강, 자서전적 기억 기능이었다. 나 이와 회복탄력성의 정적 상관 관계는 노인의 일반적 특 성인 나이가 들어가는 동안 습득한 다양한 경험과 효과 적인 삶의 대응 방식으로 설명 가능하다(Hayman, Kerse, & Consedine, 2017). 한편, 인지기능이 정상이 며 우울이 없는 본 연구 대상자들의 집단 특성에 기인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대상자들은 우울이 없는 노인이 라는 점에서, 노인 우울을 유발할 수 있는 생활 사건, 사 회적 지지의 손상, 심혈관 건강 문제, 인지 손상의 문제와 같은 스트레스원과 거리가 멀거나 이러한 스트레스를 이 겨낸 상태일수 있다(Blazer & Hybels, 2005).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며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집단의 특성이 연령과 회복탄력성의 정적 상관 관계로 나타났을 수 있다.
사회적 건강과 회복탄력성의 정적 상관 관계는 회복탄 력성이 높은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인 강 건한 사회관계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MacLeod, Musich, Hawkins, Alsgaard, & Wicker, 2016). 자서 전적 기억 기능 중 하나인 사회적 유대 기능과 회복탄력 성의 정적 상관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일상에서 자서전적 기억을 자주 떠올 리거나 빈번하게 대화의 소재로 삼는 것이 높은 회복탄 력성과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노인에게 사회관계는 그 크기보다 질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자신의 삶의 경험을 빈번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 즉, 자서전적 기억의 사회적 유대 기능이 용납되는 양질의 관계망과 높은 회복탄력성의 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Fuller-Iglesias, Sellars, & Antonucci, 2008). 자서 전적 기억 기능 중, 자기 연속성 기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자기 표상을 지키기 위해 자 서전적 기억을 떠올리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는 것이기에 왕성한 자기 연속성 기능 또한 역경을 극복하고 원래의 일상을 회복하게 하는 완충 역할인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Hadley et al., 2017; Vranić et al., 2018). 마찬가지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 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과거 경험을 떠올려보고 자 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행동지도 기능 역시 개인이 처한 역경의 상황에서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회복탄력성의 기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Bluck, Alea, Habermas, & Rubin 2005).
그러나 본 연구에서 확인한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회 복탄력성 간의 상관관계는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세 개 의 하위기능으로 나누지 않고 얻은 결과이기에, 자서전 적 기억 기능과 회복탄력성의 관계에 있어 세가지 하위 기능을 분리하여 분석하거나 상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 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 확인된 회복탄력 성과 자서전적 기억 기능 간의 관계는 인지기능이 정상 이며 우울증이 없는 집단에게 제한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이에, 본 연구의 자서전적 기억 기능과 회복탄력성 간의 정적 상관관계 결과는 일반화할 수 없으며, 두 변수 간의 관계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추후 연구 를 통하여 하위 기능 별 회복탄력성과의 관계를 비교하 는 과정이 필요하며, 보다 다양한 건강 수준을 갖고 있는 지역사회 거주노인(예: 우울 노인, 인지기능 저하 노인 등)을 대상으로 자서전적 기억 기능을 측정하고 회복탄 력성과의 관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