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인구 고령화로 인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도인지장 애 및 치매와 같은 노인성 인지기능 장애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의료비용 부담 및 사회적 돌봄의 부담이 가중 되고 있다(Choi, 2015). 2025년 국내 연령별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약 20%로 보고되고 있으며, 치매 환자수는 97만명(치매 유병률 9.17%)으로 추정되 었다(Korea Statistics, 2025;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5). 이는 치매환자 1인당 소비되는 연간 관 리비용이 지역사회는 1733.9만원, 시설 및 병원은 3138.2 만원으로, 보건의료비보다 돌봄비의 비중이 더 높은 것 으로 보고되었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5). 이러한 상황에서 초기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조 기 진단 및 비약물적 중재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 으며, 이는 치매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자립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Vu et al., 2024). 더군다나 비약물 치료는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치매 환자 의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Woods et al., 2018). 또한, 반복적인 학습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 함으로써 신경 연결망(neural network)을 강화하여 인 지기능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으며(Malakhov et al., 2024), 이러한 효과가 신경인지장애 노인에게 효과 적이라 보고된다(Yi et al., 2024).
비약물 치료 방법에는 회상요법, 현실감각훈련, 운동 요법, 행동요법, 아로마 요법, 스노젤렌, 인지치료, VR 치료, 동물매개중재 등이 있다(Aurelian et al., 2023; Chigurupati, 2023; Ham et al., 2021; Wang et al., 2025). 이 중, 회상요법은 개인의 삶에서 과거 경험이나 특정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력 을 포함한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자아정체 성, 정서적 안정감, 내적 동기 부여, 상호작용을 증진시키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ayram, 2024; Woods et al., 2018; Yanagida et al., 2024).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사건과 경험을 통하여, 일화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을 활 성화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정체성을 유지하고 인생의 연 속성을 느낄 수 있다(Melendez Moral et al., 2015). 또한, 회상치료는 단순히 인지적 치료를 넘어 노년기의 삶의 리뷰(life review)를 통해 자아 통합 및 건강한 내적 자아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도우며(Eryilmaz et al., 2025), 전생애발달 관점에서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 달단계이론에 따라 노년기의 건강한 노화(aging)를 도모 한다(Erikson, 1963).
회상치료는 개인 또는 그룹으로도 제공될 수 있는데, 특히, 그룹 회상치료가 참여자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진시켜 집단 내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자신감을 통해 다 양한 부정적 사고를 상쇄시킨다고 알려져 있다(Melendez Moral et al., 2015). 이중,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회상치료 는 치매환자의 친숙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기에 특히나 유용 하며(Astell et al., 2018), 이에 한 예로, BBC RemArc 가 BBC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과거부터 방영되었던 BBC 방송자료를 통하여 치매환자 및 가족이 추억을 떠 올려 되새기는 회상치료를 진행하였다(Berger, 2017).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MBC 방송 아카이브 를 활용하여 회상치료 프로그램 ‘딩콕(Ding-Cog)’을 개 발하였으며, 이는 과거 방영된 드라마를 시청한 후 개인 의 기억을 회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강아영, 2023; 김태훈, 2023).
치매 노인은 최신 기억보다 오래된 기억(remote memory) 을 더 잘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Orlovsky et al., 2018). 이는 노년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 처리 능력을 갖췄 던 젊은 시기에 저장된 기억 정보가 비교적 온전히 유지된 것이며, 과거의 중요한 생애 사건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되 는 자서전적 기억 상승(autographical memory bump) 의 특징 때문이다(Berntsen et al., 2022). 상대적으로 잘 기억하고 있는 특정 시기의 기억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유도하는 것은 기억 활성화에 도움이 되며, 과거 기억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매개를 치료에 활용하는 것은 그 당시 시대의 사회 문화적 기억에 연합되어 있는 자신 의 자서전적 기억을 활성화함으로 최신 기억 회로를 자극 하는 장점이 된다(Berntsen et al., 2022; Kalinina, 2016). 이런 회상은 내측 전전두엽, 해마, 가측 측두엽, 내측 두정엽 및 후두엽에 이르는 자서전적 기억 회로 (Autobiographical Memory Network; AMN)를 활성 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Viard et al., 2024).
회상치료는 이처럼 자서전적 기억 회로를 활성화하여 인지기능 유지 및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치매 노인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우울감의 존재 여부와 그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치매 노인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우울감은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화하여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촉진하는 임계 요인으 로 알려져 있다(Wallensten et al., 2023). 선행연구에 따르면, 노인성 우울감(late depression)을 약물로 치료 한 결과 인지기능 또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Padovani et al., 2024). 이는 노인의 우울감이 전두엽과 피질하 영역의 신경계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우울 감의 동반 여부에 따라 치매 노인에게 회상치료가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회상치료를 포함한 중재 과정에서는 우울감 완화를 목표로 한 치료계 획이 고려되어야 하며, 우울감 완화에 미치는 작용기전 과 그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 우울감은 재활 동기를 저하하여 치료 효과 를 감소시켜(Maki et al., 2018), 재활 치료의 참여와 기능향상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Brodaty & Burns, 2012). 우울감이 치료 과정에서 호전될수록 환 자의 치료 참여도는 높아져 치료 효과가 향상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회상치료는 치료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감 을 제공하여 우울감 완화를 촉진하고 다른 인지기능 향상 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Cammisuli et al., 2022).
그러나, 이처럼 치매 노인의 우울감이 중재 과정에 있 어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울감이 치료 효과에 작동하는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 다(Fernández Fernández et al., 2024). 우울감이 치 료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영향인자로 볼 것인지, 혹은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동적인 변화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구분은 본 연구의 주요 논제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경도인지장애 및 인지 저하 노인을 대상으로 방송 미디어 아카이브를 활용한 회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 프로그램이 기억 통제감, 삶의 질, 우울감,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며, 이들 변인 간의 매개효과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있다. 특히, 기억 통제감이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인 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1.연구대상 및 기간
연구대상은 은평구 소재의 주야간보호센터에 등록된 만 65세 이상 인지 저하군 노인 중 본 프로그램에 신청한 43명이다. 12회기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하고, 사전 및 사후 평가를 모두 완료한 3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효 과를 분석하였으며, 프로그램 탈락률은 30.23%이다. 본 연구는 00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진 행되었으며(IRB-20240807), 프로그램 시작 전 연구의 목적과 절차를 고지하고 진행 중 발생될 수 있는 불편함 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참여자의 상태를 확인하 며 진행하였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지침을 준수하여 수집된 모든 정보는 비식별화되었으며, 타인이 접근할 수 없는 보안 환경 내에 저장하였다.
2.연구모형
본 연구에서 매개효과 분석을 위한 연구모형은 인지 저하 노인의 기초선(baseline) 우울 상태가 회상 프로그 램을 통한 기억 통제감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 고, 이때 우울감의 변화가 매개하는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Figure 1). 연구모형에서 독립변수는 회상 프로 그램 시작 전 우울감 점수(Pre SGDS), 종속변수는 사전 과 사후 기억통제감(MCI) 점수의 변화량(MCI changes), 매개변수는 사전과 사후 우울감(SGDS) 점수의 변화량 (SGDS changes)을 투입하였다. 우울감이 기억통제감 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이때 우울감의 변화가 매개 하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구조방정식모형(SEM)을 사용하였다. 분석은 AMOS 30을 이용하여 최대우도법 (Maximum Likelihood Estimation; MLE)으로 추정하 였다. 우선 측정모형을 검증하여 잠재변수의 타당성을 확 인한 뒤, 구조모형을 설정하여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 모형의 적합도 평가는 Comparative Fit Index (CFI), Tucker-Lewis Index (TLI), 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 (RMSEA) 지수를 사용하였고, 분석결 과 최종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모두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 되었다.
3.중재 프로그램
미디어 아카이브 회상치료 프로그램 (Ding-Cog) (50분)
본 연구에서 활용된 미디어 회상치료 중재 프로그램은 과거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와 같은 방송 아카이브 기 반으로 제작된 미디어 회상치료 프로그램이다(Figure 2). 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기억을 회상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 눔으로써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아울러 노인의 지 난 삶을 미디어를 통해 회상함으로써 노년기 삶을 조망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방송 콘텐츠 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였으며, 초기 P.O.C (Proof Of Concept) 테스트 과정에서 대학병원과 치매안심센터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 개발되었다. 또한, 프로그램의 임상 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인과 인 지재활치료사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인지기능 평가 문 항을 개발 및 검수하였으며, 예비 연구로 본 프로그램의 초도 버전의 시범 조사를 진행하여 타당도를 검증하였다.
중재 기간 및 회기
본 연구는 은평구 관내 4개의 노인 주야간보호센터에 서 진행하였다(Figure 3). 총 중재 기간은 주 1회씩 12 주 동안 총 10회기의 회상 프로그램이 시행되었으며, 중재 전-후로 각 1회기는 사전-사후 평가로 진행되었다 (Figure 4). 프로그램은 총 50분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회기마다 주제별로 분류된 5분 분량의 과거 드라마를 시 청한 후 해당 내용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회기별 주제는 올 림픽과 운동경기, 버스 안내양, 여름피서, 결혼식, 전통 시장, 전통과자, 추석, 전쟁 직후 등 집단적 경험과 시대적 상징성을 지닌 역사적 사건 및 일상생활 에피소드를 중심 으로 구성하였다. 영상시청과 토의 활동은 50분 동안 반 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회기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 여하고, 모든 기관에서 동일한 매뉴얼을 기반으로 사전 교육을 받은 작업치료사 2인이 담당하여 진행하였다.
4.연구도구
회상 프로그램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아래와 같은 평가도구를 사용하여 기억통제감, 우울감, 삶의 질, 주관 적 건강상태를 사전 및 사후에 평가하였다.
기억통제감 평가(MCI)
기억통제감 평가(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는 개인이 자신의 기억 능력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자가 보고형 척도이다(Lachman et al., 1995). 총 19문항이며 현재 능력, 잠재적 개선 가능 성, 노력 효용성, 불가피한 감퇴, 독립성, 알츠하이머의 가능성의 6개의 하위영역으로 구성된다. 참여자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7점척도로 점수를 매긴다. 점수가 높을 수록 기억력에 대한 통제감이 높다는 의미로, 이는 일상생 활에서 기억력에 대해 느끼는 자신감과 직결된다고 본다. 이러한 기억통제감 평가는 특히 기억력에 대한 주관적인 자신감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며, 인지기능 저하나 불안 감을 조기에 발견하여 예방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 평가이 다. 본 평가도구의 Cronbach’s alpha는 0.79이다.
단축형 노인우울척도(SGDS)
본 연구에서 사용한 단축형 노인우울척도(Short form of Geriatric Depression Scale; SGDS)는 노인의 우 울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자가보고형 척도이다 (Yesavage & Sheikh, 1986). 기존 30문항의 GDS에서 우울 증상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15문항을 선별하여 제작되었다. 응답은 긍정은 1점, 부정은 0점으로 하며 점수범위는 0~15점이다. 높은 점수를 받을수록 우울 증 상이 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평가도구의 Cronbach’s alpha 0.94이며 본 연구에서는 Cho 등(1999)이 한국어 로 번안하고 표준화한 버전을 사용하였다.
삶의 질(EQ-5D)
본 연구에서 사용된 EQ-5D (EuroQol-5 Dimension)는 노인의 건강과 관련한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자 가 보고형 척도이다(EuroQol Group, 1990). 이동성, 자 기관리, 일상 활동, 통증/불편감, 불안/우울의 5개 영역으 로 총 5개 문항이다. 각 영역에 대해 1점 지장이 없음, 2점 다소 지장이 있음, 3점 지장이 많음 중 상태를 선택한다. 총점을 통해 노인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수치화하며, 점 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평가도구 의 Cronbach’s alpha는 0.79~0.87이며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로 번안된 버전을 사용하였다(Kim et al., 2005).
주관적 건강상태
주관적 건강상태는 평소 참여자가 느끼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자가 보고하는 형식의 평가이다. 이는 단일문항 으로 5점 리커트 척도로 1점-매우 좋음에서 5점-매우 나쁨의 범위를 가진다(Choi, 2016). 본 연구에서 사용한 평가는 단일문항으로 구성되어있어 Cronbach’s alpha 는 제시되지 않는다.
연구결과
1.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본 연구 대상자는 총 10회기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 하였다. 사전-사후 효과검증 평가에 참여한 대상자 총 30명(70대: 6명(77세 ± 2.25) 중 80대는 17명(84세 ± 2.97), 90대는 7명(95세 ± 4.30)으로 연구 대상자의 10%만이 남성 노인이고, 90%가 여성 노인으로 구성되었다 (Table 1).
2.인지 저하 노인의 회상 프로그램 효과
프로그램의 사전·사후 치료 효과
본 프로그램 사전·사후의 기억 통제감, 우울감, 삶의 질, 그리고 주관적 건강상태의 유의미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paired t-검정을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Table 2). 기억 통제감(p < 0.05)과 우울(p < 0.05) 척도에서 통계적 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고, 삶의 질(p > 0.05) 및 주관 적 건강 상태(p > 0.05)에서는 프로그램 전·후 통계적 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Table 2.
Pre and Post-Participation Outcomes of Variables for All Participants in the Ding-Cog Program (N = 30)
| Variable |
Pre-test Median (SD) |
Post-test Median (SD) |
t | p |
|---|---|---|---|---|
| MCI | 62 (11.7) | 68.5 (10.6) | -2.61 | < 0.05* |
| SGDS-K | 3 (2.26) | 1.5 (2.39) | 2.19 | 0.04* |
| EQ-5D | 7 (1.61) | 6 (1.95) | 1.40 | 0.17 |
| Self-rated health assessment | 3 (0.855) | 3 (1) | 0.00 | 1.00 |
기억통제감에 미치는 우울감의 매개효과
회상 프로그램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 기억 통제감 과 우울감의 관계 및 중재 효과의 작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매개분석을 실시하였고,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Table 3). 먼저, 사전 우울감(pre SGDS)이 기억 통제감 의 변화(MCI changes)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통계 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p > 0.05). 반 면 회상 프로그램을 통한 우울감의 향상이 인지 저하 노 인의 기억 통제감 향상에 완전 매개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p < 0.05). 경로 분석결과, 초기 우울감은 우울 감 변화와 유의한 부적관계를 보였는데(p < 0.01), 초기 우울 수준이 높을수록 중재 기간 동안 우울이 더 크게 감소 함을 의미한다. 또한, 우울감의 변화(SGDS changes)가 기억 통제감 변화(MCI changes)에 미치는 효과가 유의 미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우울감의 감소가 기억력 향상 에 기여함을 나타낸다. 경로모형의 총 효과 역시 통계적 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p < 0.01) (Figure 5).
Table 3.
Mediation Analysis of Depression Changes
| Estimate | S.E. | Z | p | |
|---|---|---|---|---|
| Indirect | 1.30 | 0.60 | 2.15 | 0.03* |
| Direct | 0.74 | 0.67 | 1.11 | 0.27 |
| Total | 2.04 | 0.63 | 3.23 | < 0.01** |
| Estimate | S.E. | Z | p | |
| Pre SGDS-> SGDS changes | -0.51 | 0.16 | -3.19 | < 0.01** |
| SGDS changes -> MCI changes | -2.54 | 0.72 | -3.52 | < 0.01** |
| Pre SGDS -> MCI changes (Direct) | 0.74 | 0.67 | 1.11 | 0.27 |
고 찰
본 연구는 MBC 미디어 아카이브를 활용한 회상 프로 그램을 주야간보호센터의 인지 저하 노인들에게 제공하 여 그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고, 그 결과 회상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 저하 노인의 기억 통제감이 유의미하게 향상 되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회상치료에 의한 기억력 및 인지기능 향상에 관한 결과는 여전히 대립하는 결과를 보인다.
치매 환자는 기억의 상실로 인해 자아정체성에 심각한 심리적 위협을 받기도 하며 이런 변화는 상실감과 불안으 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노스텔지어(향수)는 과거의 자기 자신과 연관된 ‘희비가 공존하는(bittersweet)’기억을 불 러일으켜 긍정적 자아정체성 강화, 삶의 의미 증대, 사회 적 연결성 강화에 기여하는것으로 보고된다(Vess et al., 2012). 특히 노스텔지어를 기반으로 한 기억회상은 치매 환자의 스트레스 완화와 자아 정체성 보호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Ismail et al., 2018). 따라서 회상치료 에서는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것이 핵심적인 심리작동 기제로 기능하며, 이를 위해 과거의 경험과 연관된 물건, 사진, 미디어, 가상현실 등을 통해 개인의 주체적인 반응 을 유발한다. 특히 과거 방송 프로그램 시청은 해당 시대의 사회 문화적 단서를 풍부하게 제공하며 그 시대로의 시간 적·공간적 몰입을 촉진하고, 자서전적 기억을 효과적으 로 유도하는 향수 효과를 만들어 낸다(Kalinina, 2016).
한편 회상치료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는 일관되게 보고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Tadaka와 Kanagawa (2007) 는 혈관성 치매 환자에서 단기적 인지개선을 보고했지만, 다른 연구들은 유의한 향상을 확인하지 못했다(Ito et al., 2007; Li et al., 2020). 더불어 치매 노인을 대상으 로 한 기억력 향상 프로그램에서는 객관적 기억 지표의 유의한 개선을 관찰하기 어렵고(Han et al., 2008), 프로 그램 직후 일부 단기 향상이 있더라도 장기 유지나 일상 기능으로의 일반화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Tadaka & Kanagawa, 2007). 이러한 근거를 종합하면, 치매의 중증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점수 자체의 상승보다 기억 통제감과 기억 신념의 유지·강화에 중재의 초점을 두는 것이 타당하며(Park et al., 2019), 회상치료는 과거 경 험을 회상·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아정체성 회복, 정서적 안정 증진, 손상된 기억에 대한 통제감 회복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oods et al., 2018). 실제로 본 연구에서도 회상 프로그램 참여 후 인지 저하 노인의 기 억 통제감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되었으며, 이는 회상치료의 핵심 효과지표로서 기억 통제감의 임상적 중 요성을 뒷받침한다.
우울감 또한 회상치료 관련 선행연구에서 비교적 일관 된 효과성을 보여왔으며(Chiang et al., 2009; Wang, 2025; Woods et al., 2018), 본 연구에서도 프로그램 참여 전후로 유의미한 우울감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이 러한 변화는 과거의 사건으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재구성 하는 인지 과정과, 자기서사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를 통 해 자아존중감과 긍정정서가 강화되는 심리 기제에 의해 매개될 가능성이 높다(Haight et al., 2006). 더 나아가 회상치료가 집단형태로 제공될 때, 참여자 간 상호작용 과 공감의 경험이 불안과 갈등을 완화하고(Hsieh et al., 2011), 타인의 서사를 경청·반추하는 과정에서 공통의 삶의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우울감 감소에 추가적으로 기여한다(Chiang et al., 2009). 본 연구의 프로그램은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인지 저하 노인을 대상으로 그룹 당 7~11명이 참여하였고, 과거 방송 아카이브 영상 을 함께 시청한 뒤 치료사가 제시한 주제에 따라 각자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집단 접근은 개인 발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으나, 타인의 회상에서 파생되는 대리적(간접) 회상과 사회적 촉발 단서가 발화가 적은 참여자에게도 인지적 자극과 의사소통 유도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로 선행연구는 개별 회상치료에 비해 집단 회상치료가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풍부한 인지 자극을 제공하고, 의 사소통 기능 향상에도 유의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다 (Tadaka & Kanagawa, 2007). 다만 본 연구에서는 의 사소통 기능을 직접 평가하지 못하였으므로, 향후 연구 에서는 의사소통 지표의 표준화 측정과 사회적 상호작용 의 정량화를 포함한 평가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매개효과 분석결과, 인지 저하 노인이 초 기에 가지고 있는 우울감은 기억 통제감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료과정에서 나타난 우울감의 변화가 기억 통제감 향상에 간접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송 미디어 기 반의 회상치료 프로그램이 우울감을 완화 시킴으로써 기 억 통제감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치료효과의 기제를 설명 해주고 있으며, 회상치료가 일차적으로 우울감을 완화하 고 이를 통해 이차적 기억력과 인지기능의 향상을 유도한 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지지하고 있다(Butters, 2008; Haight et al., 2006).
반면, 삶의 질 및 건강상태의 변화는 본 연구에서 유의 미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주 1회, 회당 50분씩 총 10주 동안 진행된 드라마 그룹 기반 회상프로그램의 개 입 강도와 기간이 비교적 짧아, 삶의 질 및 주관적 건강상 태에 변화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 다. 선행연구인 Woods 등(2018)은 회상치료가 치매 환 자의 인지기능 향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의사 소통 및 기능적 행동 개선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며, 삶의 질과 건강상태의 변화는 요양원 또는 지 역사회 환경 등의 외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Azcurra (2012) 또한 회상치료 종료 시점(6 주)과 장기 추적 시점(24주)을 비교한 연구를 통해 짧은 치료 기간에서는 삶의 질 및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임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 역시 전체 10회기(총 8.3 시간)의 비교적 짧은 중재기간으로 인해 유사한 결과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으며, 치료 종료 이후의 장기적 효과 를 추적하지 못한 점도 연구의 한계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미디어를 활용한 그룹 기반 회상치료 프로그램이 인지 저하 노인의 인지기능 및 정서적 측면에 미치는 긍정적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다. 특히 기존의 정형화된 회상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친숙한 미디어 아카이브를 활용함으로써 대상자의 몰입도와 자발적 참여를 높일 수 있었으며, 이는 인지 자극과 감정적 공감을 유도하는 새 로운 접근으로 평가될 수 있다. 향후에는 본 연구를 기반 으로 치매의 종류 및 중증도에 따른 치료 반응 차이를 규명하고,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평균 회기 수(11.5시간 이상)에 부합하는 개입 강도를 갖춘 장기적 중재 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
결 론
본 연구는 방송 미디어 아카이브를 활용한 회상 프로 그램이 경도인지장애 및 인지 저하 노인의 심리적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색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기 억 통제감이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요인으로 작용 할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연구결과를 통해 방송 미디어 를 활용한 회상 프로그램이 치매 노인의 심리적·정서적 안정에 기여하며, 기억 통제감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회상 프로그램 을 통한 우울감의 변화가 인지기능의 변화를 동시에 가져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두 변인 사이에 간접적인 유의미한 상호관계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회상치료의 각 효과 간의 경로 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이는 임상에 서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고려하여 효과적인 회상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 로 기대한다. 또한 본 연구는 기존 문헌에서 심리·정서 적 효과와 인지기능 효과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나아가, 우울감을 매개로 인지기능이 향상되는 과정을 확 인함으로써 회상치료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 다. 이는 보다 체계적이고 맞춤화된 치료 접근법을 마련하 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