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작업치료사는 작업을 통해 클라이언트가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돕고, 건강과 웰빙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 로 하는 클라이언트 중심의 보건 전문직이다. 특히 작업 치료사는 개인이나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혹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작업 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능력을 향상시키고, 클라 이언트의 작업이나 환경을 조정함으로써 작업 참여를 촉진 한다(World Federation of Occupational Therapy, 2018).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많은 클라이언트들 이 자신의 목표 설정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다(Tomori et al., 2012).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수의 작업치료 연구자들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클라 이언트를 목표 설정 및 의사결정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전략의 개발과 실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Maitra & Erway, 2006; Moon & Park, 2021; Neistadt, 1995; Northen et al., 1995).
클라이언트 중심 실행 과정의 성공 여부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요구된다. 첫째, 클라이언트가 의사결정 과 정(decision-making processes)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둘째, 그 과정을 지원하는 작업치료사의 실행 의지와 전문성이 필 수적이다(Lund, et al., 2001). 이러한 클라이언트의 의 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일본의 작 업치료사 및 연구자들은 Aid for Decision-making in Occupation Choice (ADOC)라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 였다(Tomori et al., 2012). ADOC은 재활 분야에서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으며, iPad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시각적 자료와 구조화된 평가 과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의미 있는 활동과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ADOC은 클라이언트 중심의 목표 설정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그 유용성이 입증 되어 왔으며(Maruta et al., 2020; Nagayama et al., 2016; Tomori et al., 2019), 2011년 첫 출시 이후 작업 치료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2023년에는 다양한 대상자군을 포함하는 ADOC-2 버전이 일본에서 새롭게 개발되었으며(Tomori, 2023), 검사-재검사 신뢰도에서 0.712의 값을 나타내며 도구의 신뢰성이 검증되었고, 삶 의 만족도와도 유의한 상관을 보여 타당성 또한 입증되었 다(Tomori et al., 2013). ADOC-2는 Kappa 계수 기준 0.593 이상의 수치를 보이며 실용적인 수준의 신뢰도를 지닌 것으로 확인되었고, 캐나다 작업수행 측정(Canadian Occupational Performance Measure, COPM)과의 상관분석에서도 0.833의 높은 상관을 보여 측정 타당성 이 뒷받침되었다(Tomori et al., 2013).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ADOC-2의 한국어 버전인 K-ADOC이 개발되었다. K-ADOC은 국내 작업치료 전 문가들이 참여하여 일본어 원본의 작업 영역 및 문항을 한국에 맞게 조정하고, 관련 이미지를 검토하여 총 8개의 대분류와 100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되었다(Kang et al., 2025). 그러나 현재 K-ADOC이 실제 임상 현장에 서 사용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첫째, 접근 성의 문제로, ADOC-2는 iPad 전용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디바이스 구입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소규모 병원 이나 개인 작업치료사에게는 클 수 있다. 둘째,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유료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특성상 제한된 재정을 가진 클리닉이나 클라이언트가 사용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셋째, 사용의 복잡성이 있으며, 약 100개의 항목이 포함된 앱 구조는 과도한 정보 제공으로 인해 임상 환경에서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 는 지적이 있다(Strubbia et al., 2021).
따라서 ADOC의 임상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디 지털 도구의 한계를 보완한 지면 기반 평가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KADOC을 바탕으로 지면버전을 개발하고자 하며, 임상 환경에 적합한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면버전은 디지털 접근성 이 낮은 환경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 며 간결한 항목 구성을 통해 임상 적용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어로 번역된 K-ADOC 지면버전 에 대해 내용타당도, 수렴도, 합의도를 분석함으로써 해 당 도구의 임상적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나아가, 작 업의 중요도 및 우선순위를 체계적으로 도출함으로써 신 뢰도 높은 클라이언트 중심 평가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 시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연구 대상
델파이 기법에서 패널의 규모는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에 따라 최소 7명에서 최대 350명 이상까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Anderson, 1997). 그러나 일반적으로 패널 수가 10명 이상일 경우 집단 평균 오차를 줄이고,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Ewing, 1991). 이에 본 연구에서는 총 15명의 전문가 패널을 선정하였다.
본 연구는 작업치료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KADOC 지면버전 개발을 목적으로 하며, 이에 따라 임상 경력 5년 이상의 작업치료사 15인을 전문가 패널로 선정 하였다. 패널 선정은 연구자의 직접 선정을 기본으로 하 되, 작업치료 분야의 전문가의 추천을 병행하여 이루어 졌다(Kim, 2018). 패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연구의 목 적과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연구 참여에 자발적으 로 동의하였으며, 동의서는 서면으로 수집되었다. 본 연 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쳐 승인받았 다(IRB 승인번호: 1041549-250114-SB-200).
델파이 조사는 총 2차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1차 조사 는 이메일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2차 조사는 대면 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전문가 패널의 일반적인 특성 은 Table 1에 제시하였다.
2.연구 도구
본 연구에서 사용된 ADOC의 지면버전 개발은 원 저 작자의 사전 동의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델파이 조사 를 위한 설문지는 일본에서 개발된 ADOC-2의 한국어 번역본인 K-ADOC을 기반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를 바 탕으로 1차 및 2차 델파이 조사를 위한 문항이 제작되었 다. 본 연구에 사용된 주요 도구는 다음과 같다.
Aid for Decision-making in Occupation Choice (ADOC)
Aid for Desision-making in Occupation Choice (ADOC)는 일본에서 개발된 작업치료 평가 도구로,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거나 인지장애가 있는 클라이언트를 포함한 다양한 대상자들이 치료사 및 의료진과 함께 의미 있는 작업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Tomori et al., 2012). ADOC은 iPad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제공되며, 시각적 자료와 구조화된 절차를 통해 환자, 보 호자 그리고 재활 전문가가 작업 선택 과정에서의 의사결 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Levack et al., 2018).
이 도구는 개인에게 의미 있는 활동과 사회적 역할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며, 환자 중심의 재활 목표 설정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보다 향상된 ADOC-2가 출시되어 일본을 중심으로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Tomori, 2023). 초기 ADOC 버전은 검사-재검사 신뢰 도에서 ICC 0.712를 나타내며 신뢰성이 입증되었고, ADOC-2는 Kappa 계수 기준 0.593에서 0.799의 범위 를 보여 중등도 이상의 신뢰도를 나타냈으며, COPM과 의 상관계수는 0.696에서 0.833으로 측정 타당성 역시 확인되었다(Tomori et al., 2013).
Korean-Aid for Decision-making in Occupation Choice (K-ADOC)
Korean-Aid for Desision-making in Occupation Choice (K-ADOC)는 일본의 ADOC-2를 기반으로 개발 된 한국어판 평가 도구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2015)의 권고 번역 절차를 참조 및 수정 하여 제작되었다(Kang et al., 2025). 도구 개발 과정에 서는 번역, 역번역, 전문가 자문 및 문화적 타당성 검토 등의 6단계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한국 사회 및 임상 현장에 적합한 형태로 조정되었다(An & Kong, 2009).
K-ADOC의 항목 구성은 ADOC-2의 원래 구조를 유 지하되, 국내 작업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문 화적 조화를 고려한 문항 재구성을 진행하였다. 최종적 으로 K-ADOC은 총 8개의 대분류와 100개의 세부 항목 으로 구성되었으며, 구체적인 항목 구성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1차 델파이 조사 설문지
제1차 델파이 조사는 K-ADOC 항목의 적절성을 검토 하기 위해 구조화된 폐쇄형 설문지를 활용하여 실시되었 다. 설문지는 Table 2에 제시된 8개의 대분류에 따른 100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항목에 대해 내용의 적합성 및 타당성, 용어의 적합성, 그리고 문장의 이해도를 평가하도록 구성되었다. 평정에는 5점 리커트 척도(1 = 매우 적절하지 않음, 5 = 매우 적절함)를 사용하 였으며, 전문가 패널의 정량적 평가와 함께 문항별 개선 사항에 대한 서술형 의견도 수집되었다.
3.연구 절차
K-ADOC 지면버전 개발 과정
K-ADOC 지면버전의 개발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기존의 한국어 버전 K-ADOC을 기반으로 하여 15 명의 전문가 패널을 대상으로 내용타당도, 수렴도, 합의 도를 평가하기 위한 제1차 델파이 조사가 실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각 문항 및 요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여 K-ADOC 지면버전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둘 째, 제1차 델파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항 수정 및 보완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반영하여 제2차 델파이 조사가 수행되었다. 셋째, 제2차 델파이 조사에서는 제1차 조사와 동일하게 내용타당도, 수렴도, 합의도, 중요도를 평가하 였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개발된 ADOC 지면버전을 참조하여 최종안을 확정하였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절차 를 통해 K-ADOC 지면버전이 개발되었다(Figure 1).
내용타당도(Content validity) 검증
내용타당도 검증은 K-ADOC 지면버전 개발의 핵심 단계로, 개발된 항목들이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을 얼마 나 적절하게 반영하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 해 작업치료 임상 경력 5년 이상의 전문가 15명을 대상 으로 체계적인 평가를 실시하였다. 각 항목의 적합성 평 가는 5점 리커트 척도를 활용하여 정량적으로 측정되었 으며, 1점(매우 적절하지 않음)에서 5점(매우 적절함)까 지 점수화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전문가 의견을 객관적 으로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도구 개발의 신뢰성을 제고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연구에서는 Lawshe (1975)가 제안한 내용타당도 비율(Content validity ratio; CVR)을 산출하여 항목별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CVR은 델파이 기법에서 전문가 의견의 긍정적 수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CVR = (ne- N/2)/(N/2)’공식에 따라 계산된다. 여기서 ne는 ‘타당하다’고 응답한 전문가 수(본 연구에서는 4점 또는 5점으로 응답한 경우), N은 전체 전문가 수를 의미한다. Lawshe의 기준에 따르면,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할 경우 CVR 값이 0.49 이상일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내용타당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타당도(Validity) 검증
델파이 조사의 타당도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 수렴도 (convergence)와 합의도(consensus)를 분석하여 평가 한다(이종성, 2001). 수렴도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하나 의 중심값에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며, 의견 이 완전히 일치할 경우 0에 가까운 값을 가진다. 반면, 의견 간 편차가 클수록 수렴도 값은 커진다. 합의도는 제1사분위수(Q1)와 제3사분위수(Q3)의 차이를 기준으 로 측정되며, 두 값이 동일할 경우 1에 가까운 값을 갖는 다. 편차가 클수록 합의도 값은 낮아진다. 따라서 수렴도 는 0에 가까울수록, 합의도는 1에 가까울수록 해당 문항 의 타당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Lee. 2018).
본 연구에서는 Kim (2018)의 기준에 따라 수렴도 값 이 0.50을 초과하거나, 합의도 값이 0.75 미만인 문항은 타당성이 낮다고 판단하였다.
연구결과
1.1차 델파이 결과
전문가 패널을 대상으로 한 1차 델파이 조사 결과, 일부 항목에서 내용타당도가 낮게 나타났다. 자가간호 (self-care) 영역에서는 ‘옷 입고 벗기(dressing)’, ‘수면 (sleeping)’, ‘휴식(relaxation)’, ‘응급상황 대처(dealing with emergencies)’ 항목의 내용타당도 비율(CVR)이 0.49 미만으로 측정되었으며, 특히 ‘휴식’항목은 수렴도 0.75, 합의도 0.62로 전문가 의견 간 일치도가 낮은 것으 로 확인되었다.
가정생활(domestic life) 영역에서는 ‘정보수집(getting information)’ 항목이 수렴도 0.75, 합의도 0.62로 기준 치를 충족하지 못하였다. 일과 교육(working/learning) 영역에서는 ‘자원봉사(voluntary work)’항목이 수렴도 1.00, 합의도 0.50, ‘직업교육 및 훈련(higher education or training)’항목은 수렴도 1.00으로 분석되어 전문가 간 의견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인관계 (interpersonal interactions) 영역에서는 ‘공적관계 (public interactions)’항목은 합의도가 0.66으로 기준 치인 0.75에 미달하였다(Table 3, Appendix 1).
Table 3.
Items Requiring Revision Based on the Results of the 1st Delphi Survey
2.2차 델파이 결과
2차 델파이 조사는 1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렴도 와 합의도가 기준에 미달하거나 상이한 항목을 중심으로 항목의 조정 및 정제를 실시하였다. 수렴도와 합의도 간 의 불일치가 확인된 항목은 삭제하였으며, 유사한 성격 의 항목들은 통합하여 정리하였다(Table 4).
Table 4.
Delphi Rounds and Final Item Selection for Paper-based K-ADOC
그 결과, 자가간호 영역에서는 총 3개 항목, 가정생활 영역에서는 1개 항목, 일과 교육 영역에서는 1개 항목이 각각 삭제되었다. 여가 영역에서는 스포츠와 신체활동 및 취미항목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졌으며, 구기 종목(축구, 농구, 야구)은 수렴도와 합의도가 일치함에 따라 하나의 항목으로 병합되었다. 마찬가지로, 테니스와 배트민턴과 탁구 항목 또한 유사한 기준을 충족하여 병합하였다 (Appendix 2). 최종 도구 항목은 이러한 정제 과정을 반 영하여, 전문가들의 중요도 평가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3.최종 K-ADOC 지면버전 개발 목록
일본 ADOC 지면버전의 ‘자기간호(self-care)’와 ‘이 동(getting around)’을 통합하여 ‘상지를 사용한 활동 (activities using the upper limbs)’으로 재구성하였 으며, 해당 영역은 총 11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가 정생활(domestic life)’은 11개 항목으로 분류되었으며, ‘일과 학습(working/learning)’, ‘대인관계(interpersonal interaction)’, ‘사회 및 지역사회 활동(social/community activity)’ 영역은 병합되어 총 11개 항목으로 개발되었 다. ‘스포츠와 신체활동(sports/physical activity)’, ‘취 미(hobby)’는 병합되어 최종적으로 전체 23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다(Table 4, 5).
고 찰
ADOC은 클라이언트의 작업 선호도를 파악하고, 이 와 관련된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개발된 iPad 기반 애플 리케이션으로, 체계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 작업 기 반 목표 설정에 효과적인 도구로 입증되어 왔다(Tomori et al., 2013). 그러나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디지털 기기 에 대한 접근성 부족, 경제적 부담, 사용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한계가 보고되었다(Strubbia et al., 2021).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ADOC 항목을 간 소화한 지면버전이 개발되었으며, 이는 보다 간편하고 실용적인 도구로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이미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 하여 개발된 K-ADOC을 기반으로, 국내 임상 현장에서 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면버전 개발을 목적으로 수행 되었다. 이를 위해 작업치료 경력 5년 이상의 전문가 15 인을 대상으로 2차에 걸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각 문항에 대해 내용타당도, 수렴도, 합의도 및 중요도를 평가하여 최종 문항을 도출하였다.
기존 K-ADOC은 8개의 대분류와 100개의 소항목으 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지면버전은 4개의 대분류와 56개의 소항목으로 간소화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 개발된 K-ADOC을 바탕으로, 임상 실용성을 고려하여 문항을 조정하였다. 델파이 1차, 2차 조사를 거쳐 자가간호(self-care) 3항목, 가정생활 (domestic life) 1항목, 일과 교육(working/learning) 관 련 1항목이 삭제되었으며, 유사 항목들은 통합되었다. 특 히, 자가간호’와 ‘이동(getting around)’항목은 ‘상지를 사 용한 활동(activities using the upper limbs)’으로 통 합되어 11개 항목으로 재구성되었고, ‘가정생활(domestic life)’은 11개 항목, ‘일과 학습(working/learning)’, ‘대 인관계(interpersonal interaction)’, ‘사회 및 지역사회 활동(social/community activity)’은 하나의 통합 영역 (11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스포츠와 신체활동(sports/ physical activity)’, ‘취미(hobby)’ 영역은 ‘취미 및 신체 활동(hobby/physical activity)’으로 병합되어 총 23개 항목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최종 지면버전은 4개 영 역, 56개 소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항목 재구성과 축소는 단순한 양적 조정이 아 니라, 한국 사회의 생활양식과 문화적 가치관, 임상 환경 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 지를 사용한 활동’영역에 실외 이동성이 포함된 것은 상지 기능 중심의 평가와 이동성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국내 임 상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면 항목은 중요 도는 높았으나 상지 활동과의 연계성이 낮아 제외되었다. 또한 ‘일과 사회활동’영역에서는 다양한 일 관련 항목이 통합되었고, 가족관계 및 친밀한 관계도 병합되어 가족 중심적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반영되었다. 국내 지면버전에는 행사 참여나 사교모임 참여 항목이 포함된 반면, 일본 지면버전에는 지역행사참여나 정치활 동 항목이 포함되어 있어 두 국가 간의 사회적 관심사와 문화적 우선순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미 및 신체활동’영역에서도 일본에서는 낚시, 요리, 제빵, 차와 커피 만들기 등이 포함된 반면, 한국에서는 수영, 수상스 포츠, 자전거, 일기 및 블로그 작성, 음악 감상, 스포츠 관람 등 보다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여가활동이 포함되어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차이는 단순한 선호도 차이를 넘어, 도구 구 성에 있어 문화적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일본과 한국은 유사한 아시아 문화권에 속하지만, 세부 생 활양식과 가치관에는 차이가 존재하며(Kikutani et al., 2024), 이는 도구 개발 시 문화적 적합성을 고려해야 함 을 보여준다. 향후 다른 국가 또는 국내 지역 간의 맞춤형 평가도구 개발에도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K-ADOC 지면버전 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였으나, 몇 가지 제한점이 존재한 다. 첫째, 전문가 패널의 수와 구성에서 다양한 임상 영역 과 직군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 둘째, 본 연구 에서는 도구의 임상 적용을 통한 신뢰도 및 유용성 검증 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후속 연구를 통해 보완되 어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디지털 기반 ADOC 도 구의 한계였던 접근성과 비용 문제를 보완하고, 한국 임 상 환경에 적합한 실용적인 의사결정 도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로 도출된 문항 구성은 도구의 내용타당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며, 작 업치료 영역에서 클라이언트 중심 접근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K-ADOC 지면버전의 임상 적용 및 효과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된다면, 도구의 신뢰성과 실효성이 더욱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본 연구는 iPad 기반 ADOC 평가도구의 접근성 및 활용성의 한계를 보완하고, 한국의 임상 현장에서 보다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K-ADOC 지면버전을 개발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 K-ADOC의 8개의 대분류, 100개의 소항목 체계를 간소화하고, 전문 가 델파이 조사를 통해 내용타당도, 수렴도, 합의도 및 중요도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4개 대분류, 56개 소항목 으로 구성된 지면버전을 도출하였다.
개발된 K-ADOC 지면버전은 전문가 의견을 기반으 로 문항을 재구성함으로써 실용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동 시에 확보하였다. 본 도구는 임상현장에서 다양한 클라 이언트와 작업치료사가 보다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평가 도구로, 클라이언트 중심 작업치료의 실현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